순복음세계선교대회(이하 선교대회)는 지구촌 곳곳에 파송된 '순복음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1974년 시작된 이 행사가 열리지 못한 해는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이 유일하다. 선교사들은 매년 5월 선교대회를 통해 선교의 사명을 되새기고 영적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국민일보는 최근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선교사 2명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사역하고 있는 김용환(65) 선교사와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 케냐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이한용(48) 선교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김 선교사는 매년 두세 차례 인디언 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아마존 정글로 향한다. 워낙 오지여서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자동차를 이용할 수도 없는 곳이다. 인디언 마을에 가는 유일한 방법은 배를 타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마을에 도착한 뒤 한 달 정도 인디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마을마다 있는 무당을 설득하고 추장을 꼬드기는 것도 그의 일이다.
김 선교사가 벌이는 이런 사역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할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짐작건대 섭씨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 전염병의 위험, 교회에 배타적인 인디언들의 태도,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등이 문제가 될 듯한데, 김 선교사가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바로 모기였다.
“강을 타고 인디언 마을로 향하려면 며칠이 걸리는데 가는 곳마다 모기가 너무 많아요. 아마존 모기는 한 번 물고 가는 게 아니라 계속 물어요. 그때마다 얼마나 간지러운지 몰라요.”
일곱 살 때 부모를 따라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10대 시절 하나님을 영접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1981년 브라질로 갔고 84년 브라질하나님의성회신학교를 졸업한 뒤 브라질 중남부 캄푸 그란데에 인디언순복음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신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인디언 선교엔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84년 연말이었어요. 어느 인디언 마을에 가서 예배를 드렸는데 그때 확신이 생기더군요. 이 사람들을 전도해야겠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교회에 나오라고 말하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기도해주곤 했어요. 하나님이 행하시는 치유의 역사도 경험했죠.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교회도 부흥하게 됐습니다.”
인디언순복음교회는 출석 성도가 2000명에 달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교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성도 대다수는 인디언들이다. 현재 브라질 인디언 규모는 15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정글에서 세상과 거의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인디언 부족을 상대로 선교에 나선 것은 4년 전부터다. 그는 “기도를 하다가 북쪽으로 가서 아마존 인디언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됐다”며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꾸준히 인디언 마을을 찾아다니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지금까지 아마존 인디언 마을에 세웠거나, 건축이 진행 중인 교회는 총 6곳이나 된다.
이렇듯 힘겨운 사역을 이어가는 그에게 선교대회는 1년에 한 번 고국을 찾아 선교의 사명을 되새기는 자리다. 김 선교사는 “캄푸 그란데에서 서울까지 오려면 거의 이틀이 걸린다”며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올 때마다 동료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큰 힘을 얻곤 한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의 사역은 2006년 5월 30일자 국민일보에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인디언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평생을 바칠 것”이라고 했는데, 이 같은 다짐은 지금도 유효해 보였다. 그는 “아마존은 세계의 마지막 선교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 그러니까 75세가 될 때까지는 이 사역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목표는 아마존에 교회 100개를 세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교사의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되새기는 성경 말씀이 있는지. 그가 소개한 구절은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이었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