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 27일 밤 서해위성발사장이 있는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북한은 이날 새벽 일본 정부에 다음 달 4일 전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는데, 통보 당일 바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4년 5개월 만에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느슨해지는 것을 견제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후 10시44분쯤 북한이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한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발사체는 오후 10시46분쯤 북한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정상적인 비행여부를 세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발사체의 항적을 포착한 지 불과 2분 만에 파편으로 탐지된 것으로 볼 때 이번 정찰위성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이날 오후 10시46분쯤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키나와현 지역에 피난을 안내하는 경보를 내렸다. 이어 약 20분 뒤 발사된 물체가 일본을 지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보를 해제했다. NHK는 북·중 국경에서 50㎞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큰 화염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NHK방송은 이날 “북한이 27일부터 다음 달 4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겠다며 그에 따른 해상 위험구역 3곳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과 8월 1, 2차 발사에 실패한 뒤 11월 3차 시도에서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 위성 3기를 더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 시작 몇 시간 전에 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실제로 발사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구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한·일·중 3국 대화 자체가 불편한 것”이라며 “군사정찰위성 발사로 관심을 돌려 3국 정상회의의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향한 불만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우방인 중국에 큰 이벤트가 있을 때 군사 도발을 자제해왔는데 한·일·중 정상회의 기간에는 이례적으로 도발 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한·일·중 회의, 특히 중국 행보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중국도 동의해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도 “중·러가 정상회담에서 북한 지지를 확인했지만 러시아보다 미온적인 중국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어떻게 반응할지 시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