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발맞춰 AI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업종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AI와의 공존이 불가피해진 시대 흐름이 거세진 영향이다.
기업은 이 같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급변하는 AI 산업 지형이 기업의 생존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든 모습이다. 이런 추세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TV와 스마트폰, 세탁건조기, 에어컨 등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첨단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R&D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은 물론 로봇과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 모델 개발이 폭넓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은 40년간 업계 선두를 달려온 메모리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AI를 활용하거나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 생성까지 가능한 초거대 멀티모달 AI 모델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데 이어 화학, 바이오, 금융, 의료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도 속속 상품화되고 있다. 백신 후보 물질과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등을 발굴하는 AI 모델 개발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손잡고 알츠하이머와 암의 비밀을 풀기 위한 AI 공동 연구·개발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AI 기술이 촉발한 산업 변화는 업종 간 경계도 무너뜨리고 있다. 통신사들은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IT 인프라 등 주요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철강업계에선 전기로를 활용한 고급강 생산기술 개발과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실행하며 초격차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 뻗어 나간 K푸드 사업은 R&D 투자와 현지 생산 거점 확보 등의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활동은 꾸준하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직접 악기를 배우는 기회를 주는 음악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과 지역 농수산물 판매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