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복음의 기지 세운 400여명 여의도로… 비전 되새긴다

입력 2024-05-29 03:03 수정 2024-05-31 16:24
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의 해외 선교 역사를 설명하려면 교회 설립자인 고 조용기 목사가 처음 해외 선교에 나섰던 1964년 4월 12일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미국하나님의성회 초청으로 겨우 100달러만 가지고 미국에 도착한 그는 현지 목회자들 앞에서 한국교회의 상황과 비전을 전했고, 이후 2개월간 현지 교회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2년 뒤 ‘2차 해외 선교 여행’에 돌입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세계 선교는 본격화된다. 세계 곳곳에 복음의 기지를 세우는 전인미답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교회의 세계 선교를 이끌다

한국교회가 해외에 선교사를 파송한 것은 20세기 초반부터다.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에도 미국 일본 중국 멕시코 등지에 선교사 80여명을 파송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 선교사 파송이 급증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많은 선교사가 한국을 떠났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23개 국내 선교단체와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는 174개국 약 2만2000명에 달한다.

이 같은 규모로 해외 선교를 선도한 한국교회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곳이 여의도순복음교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3월 기준 67개국에 선교사 676명을 파송했다. 해외에 세운 교회는 1264곳이나 되며, 이들 교회의 성도 수는 15만명이 넘는다. 12개국에 세운 신학교도 16곳에 달한다. 현지인 목회자도 111명이나 배출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해외 선교 방향이나 전략도 꾸준히 바뀌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이 교회가 벌이는 해외 선교에서 방점이 찍힌 분야는 교민 선교였다. 선교 대상 국가도 기독교 문화가 이미 뿌리 내린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였다. 특히 1980년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세계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별 선교 전략을 수립해 교민 선교에 적극 나섰다.

선교 전략이 크게 바뀐 것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다. ‘제3세계 원주민 선교’에 힘을 쏟기 시작했는데,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93년 열린 제20회 순복음세계선교대회였다. 이때부터 교회는 아프리카나 동유럽 국가들을 타깃으로 선교에 나섰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 신학교를 통한 현지인 사역자 양성에도 주력했다. 국내에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이른바 ‘다문화 신학생’을 훈련시키고,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도 벌였다. 다문화 선교사역의 대표적인 기관이 글로벌엘림재단이다. 이 목사가 주도해 2022년 6월 설립한 이 단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영성과 신앙을 가르쳐서 해외로 파송하는 ‘글로벌엘림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선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활동을 전개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세계 선교를 위한 단체도 많이 만들었는데, 순복음세계선교회가 대표적이다. 1975년 4월 1일 만들어진 이곳은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는 말씀을 슬로건으로 삼아 해외 선교 정책을 수립하고 선교사를 지원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

순복음세계선교회 설립 이듬해엔 성도들의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도 만들어졌다. 1994년 설립된 순복음세계선교훈련원은 원주민 선교에 헌신할 선교사들을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선교 사역을 설명할 때 국제교회성장연구원(CGI)도 빼놓을 수 없다. 1976년 11월 4일 만들어진 CGI는 처음엔 교회 성장 전략을 연구하는 기관이었지만 점차 조 목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 초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이 힘을 모으는 협의체로 발전했다. 조 목사는 1958년 목회를 시작할 때부터 2021년 별세할 때까지 지구를 120바퀴나 돌 정도로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파했고, 이런 활동을 통해 세계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조 목사의 세계 선교를 향한 열정은 2대 담임인 이영훈 목사가 이어받았다. 이 목사는 조 목사와 함께 해외에서 열리는 선교 집회와 성회를 이끌었다. 두 목회자가 공동으로 이끈 첫 집회와 성회는 2011년 3월 1~2일 홍콩에서 열린 ‘2011 홍콩 지도자 대성회 및 목회자 콘퍼런스’였다. 이후 이들은 대만 태국 일본에서 성회와 집회를 인도했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개최된 아시아성도방한대성회와 아시아목회자초청세미나를 10년 넘게 공동으로 이끌기도 했다. 두 목회자는 1993년 케냐에서 대성회를 인도했고 당시 성령을 체험한 청년들이 지금은 케냐 기독교계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조 목사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뒤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해외 선교는 계속됐다. 특히 일본은 이 목사의 아시아 선교 활동의 핵심 지역이었다. 그는 조 목사가 벌인 일본 일천만구령사업을 계승해 일본 복음화에 꾸준히 힘을 쏟았다. 미주 지역과 유럽, 아프리카 선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게 된 2008년, 당시 발행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선교백서’에서 선교 활동의 원칙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①우리의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권세로 하는 선교가 되어야 한다. ②우리의 선교는 버림받은 영혼을 찾아가는 선교이어야 한다. ③그리스도의 참 제자를 만드는 선교가 되어야 한다. ④우리의 선교는 예수님께서 함께하시는 선교가 되어야 한다.

반세기 맞은 순복음세계선교대회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은 선교사들이 일반 성도들과 함께 과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렸던 순복음세계선교대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29~3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리는 순복음세계선교대회는 올해 50회째를 맞는다. ‘오직 은혜로 부흥의 파도를 타라(Let us ride waves of revival through grace alone)’는 주제로 열리는 이 대회는 전 세계에 파송된 순복음 선교사들이 모여 선교 의지를 다지고 비전을 되새기는 축제의 장이다. 29일 오전 10시 예배를 시작으로 3일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질 선교사 수련회엔 이 목사와 김윤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전 총장 등이 강사로 나선다. 31일 예정된 ‘선교사와 함께하는 8시간 미스바 밤샘 회개 기도성회 및 순복음세계선교 비전 선포식’은 CBS를 통해 생중계된다.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가 진행하는 ‘선교사 자녀 캠프’(29~31일), 대회 50주년을 기념하는 ‘크루즈 만찬 기도회’(30일) 등도 주목할 만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서 28일 시작된 ‘선교 전시회’는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행사 첫날인 29일엔 ‘선교백서 출판 기념회’도 열린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세계 선교 역사를 갈무리한 선교 백서엔 이 교회가 반세기 동안 펼친 선교 사역의 내용과 각종 사진, 현재 세계를 무대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이 목사는 백서를 통해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은 성도님들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달려온 선교사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백서의 첫머리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보내온 축사도 실려 있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는 “백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역사적 기록을 넘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세계 선교의 소중한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장종현 목사는 “하나님께서 함께해 오신 그동안의 여정을 기록한 선교 백서는 한국교회 선교 활동의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