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일·중 정상회담 참석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났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재회한 것은 19년 만이다. 그사이 리 총리는 ‘중국 2인자’로 성장했다. 리 총리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별도 면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와 삼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 회장을 만나 “삼성의 대(對)중국 협력은 양국 호혜·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며 “양국 기업이 첨단 제조·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녹색 발전·생물 의약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경제·무역 협력의 질을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대중 투자·협력을 확대해 중국의 새로운 발전이 가져다준 더 많은 새 기회를 함께 누리는 걸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의 ‘삼성 사랑’은 각별하다. 3000여개 외자기업이 참여하는 수입제품 전시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20 18년 11월 처음 열린 이후 매년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았다. 지난해 행사에서 리 총리는 “박람회 1회부터 6년 연속 부스를 방문한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이미 훌륭한 기업이지만 중국에 왔기 때문에 더 잘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과 리 총리의 첫 만남은 20 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 총리는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찾았었다. 이 때 이 회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교류도 시작됐다. 이 회장은 2013년 중국 보아오 포럼의 이사로 활동하며 시 주석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중국 고위급 인사와 교분을 쌓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3월 중국의 대표적 대외경제 교류 플랫폼인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 참석했다. 당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하는 길에 시 주석 측근인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도 만났다. 이 회장은 코로나19로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2020년에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을 찾은 글로벌 기업인으로 처음이었다.
이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리 총리에게 “코로나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