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여자와 어린이를 제외하고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 남은 조각이 열두바구니에 가득 차게 거둔 사건. 흔히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4 복음서 전체에 기록된 유일한 기적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만큼 이 기적은 유명하고 중요한 사건입니다.
마태복음 14장 15절에는 “제자들이 나아와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이곳은 빈 들이요 때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 먹게 하소서”라고 기록됐습니다. 본문이 기록한 시간은 날이 저문 저녁입니다. 장소는 빈 들입니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교회를 비롯한 집합시설마다 문을 닫고 실내에서 모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마치 모두가 빈 들로 내몰린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학교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 신학교인 감리교신학대를 비롯한 협성대와 목원대 신학생들은 기숙사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문제는 학생식당이 문을 닫아 빵과 우유로, 혹은 집에서 가져온 반찬과 냉동식품으로 학생들의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무리도 배가 고팠습니다. 당시는 마침 유대인의 국가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워져 왔던 때였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몰려온 사람 중에는 아마 유월절 기간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고자 했던 사람들도 포함됐을 겁니다. 무리를 보았을 때 예수님 마음속에 연민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굶주리고 피곤함에 지친 무리를 먹이는 일에 신경을 쓰신 것입니다.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빈 들과 같은 상황이야말로 주님께서 베푸시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할 최적의 현장입니다. “무리를 보내어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 먹게 하소서”라고 말하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게도 코로나19의 시대에 배고프고 날이 어두워져 어떻게 해야 할지 절박하게 고민하던 학생들이 보였습니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선교사와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식사가 중지된 교회 후원을 받아 신학생들에게 ‘오병이어 기적의 도시락’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역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주 200명이 넘는 신학생들과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시지회 회원들에게 지금까지 무상급식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님들과 가족에게는 자가격리 숙소와 선교 차량을 제공했습니다.
제자들이나 오늘의 우리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세상의 생각과 방법을 동원하지만, 예수님의 방법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이 이루실 기적을 믿으며 나아갈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리도 빈들에 있는 상황이었지만 받는 저들이나 주는 우리 모두를 먹이셨습니다. 그러고도 남았습니다. “5000명을 먹이시고 남은 조각을 열두 광주리에 차게 거두었다”고 한 오늘 본문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과 말씀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믿음과 능력이 임했습니다. 기적을 이루고 우리를 먹이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가 먼저 우리의 것을 내어놓으며 삶 가운데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뤄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
조정진 목사(부평반석교회)
◇조정진 목사는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장기기증 운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인준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 사단법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을 창립해 생명나눔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 19일 부평반석교회 담임으로 취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