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VIP(대통령) 격노설’을 언급한 녹취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그간 VIP 격노설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와 배치되는 증거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1월 압수한 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녹음파일 상당 부분이 지워진 상태였지만 공수처가 포렌식 과정에서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해병대 간부 A씨와 통화하면서 VIP 격노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과 통화했던 A씨를 최근 조사했고, A씨로부터 “지난해 8월 1일 김 사령관에게서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지난 21일 김 사령관을 조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추궁했지만 김 사령관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같은 날 공수처 조사를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의 대질신문도 거부했다.
VIP 격노설은 채상병 사건 언론 브리핑 취소와 사건 회수 등을 규명할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0일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언론 브리핑은 7월 31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브리핑 2시간을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이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이 브리핑 취소 당일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