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 법안 처리 벼르는 민주당, 법사위장 차지 총력전

입력 2024-05-24 01:01
황우여(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서 나란히 앉아 손을 맞잡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개원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비롯한 개혁법안들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고지’인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1당은 국회의장, 제2당은 법사위원장’이라는 그간의 국회 관례를 깨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다수당의 횡포’라는 여당 비판을 무릅쓰고 법사위원장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각종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문지기’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중요성 때문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50억 클럽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추진할 때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빗장 수비’에 막혀 애를 먹었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이 22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중점 추진 법안 56건을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신속히 입법하겠다고 밝힌 것을 예의주시한다. 법사위가 여야 격돌의 최일선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에 “법사위에 번번이 발목 잡혔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 배경 중 하나는 각종 특검법안의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라는 점이다. 야권은 김 여사 특검법이나 ‘한동훈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을 개원 직후 발의해 밀어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둘러싼 싸움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저희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본회의로 가기 직전 체계·자구 심사를 맡는 사실상의 ‘상원’ 역할을 한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야권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각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갈 경우 체계·자구 심사를 근거로 ‘지연 전략’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이를 우회하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제도(패스트트랙)을 활용했는데, 법사위 이외의 다른 상임위 안건의 경우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법사위 안건은 최장 240일)이라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국민의힘은 노무현정부였던 2004년 17대 국회 때부터 협치 차원에서 의장은 원내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2당이 맡아온 관례를 반박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관례는 21대 국회에서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깨진 바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포함해 18개 상임위원장 중 11개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