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4채. 인천시가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전세사기 실태 조사 결과 집계된 미추홀구 내 피해 주택 숫자다. 전세사기가 극심했던 이곳 한복판에 인하대학교가 있다. 일부 재학생도 전세사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인하대 학생회장인 행정학과 김진규(26)씨는 재학생들을 상대로 전세사기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교내에서 ‘전세사기하면 김진규’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유명하다. 김씨는 지난 20일 인하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익근무 중이던 2022년 10월부터 이메일로 전세사기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며 “어느덧 300건이 넘는 상담 의뢰를 받았다”고 말했다.
2022년 말 우연히 교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본 것이 상담의 시작이었다.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작성자에게 김씨는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김씨는 “피해자가 손을 떨며 대성통곡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나라도 도움을 주면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공익 근무를 하며 전세사기 관련 법과 제도를 공부했다. 대학 로스쿨 건물 내 법학도서관을 드나들며 전세사기 판례도 숙지했다.
전문성을 쌓은 김씨는 발로 뛰며 학생들을 직접 도왔다. 그는 의뢰를 받으면 신청자가 계약할 건물을 찾아가 ‘방쪼개기’ 등 위험성이 없는지 살폈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엔 임차권등기명령신청서 작성과 소송 제기까지 도왔다. 김씨는 “처음엔 의뢰 1건당 5일씩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2~3시간이면 상담을 마칠 수 있다”고 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지난해 10명의 피해자가 모두 같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해당 중개사와의 계약 주의를 당부했다. 이를 알게 된 공인중개사는 거꾸로 김씨를 고소하겠다며 협박했다. 김씨는 “실제 고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혼자 이런 위험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졸업하는 김씨는 학교 차원의 전세사기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씨는 “미추홀구청과 LH, 학교가 협력할 수 있는 주거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