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이름으로 헌금… 미래 목회자 위한 헌신 이어져

입력 2024-05-24 03:01
서울신대 1학년 조예찬씨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열린 성결미래목회자(성미목) 4기 장학생 수여식에서 마이크를 들고 다른 장학생과 함께 장학생 서약을 외치고 있다. 신길교회 제공

올해 서울신학대학원에 입학한 박청아(34)씨는 성결미래목회자(성미목)를 통해 3년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됐다. 성미목 4기 장학생으로 발탁된 박씨는 3년 전 ‘한 명의 목회자를 세우는 것이 교회 하나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성미목 취지에 감동해 신학생 장학금 1명을 감당한 기부자였다. 베푼 자에서 다시 돌려받는 자가 된 박씨는 남편과 함께 올해도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열린 ‘성미목 4기 장학생 수여식 및 후원의 날’에서 만난 박씨는 “하나님의 은혜가 선순환되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성미목은 국내 교단 최초의 신학생 전액 장학금 사업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목회 상황에서 미래 목회자를 양성하는 운동이다. 성미목 고문인 백운주 서울신대 이사장은 “신학대 이사장 모임에 가면 한결같이 이 사업에 대해 궁금해하고 취지에 공감하지만 생각보다 실행을 어려워한다”며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우리 교단의 자랑”이라고 했다.

항공 관련 학부를 졸업한 뒤 신학의 길을 걷게 된 곽준영(30)씨는 성미목 장학금 덕분에 학비 부담을 덜고 신학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곽씨는 “집안 도움을 받을 수 없기에 이번 학기를 마치고 학비를 모으려고 워킹홀리데이로 해외에 가서 일하려 했다”며 “부르심에 응한 것뿐인데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넘쳐 제가 받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성미목은 목회자 후보생을 위한 재정 지원을 비롯해 선배 동역자의 실무 지식도 전달한다. 멘토 목회자가 강사로 참여하는 멘토링 수련회에서는 선배 목회자 강연과 미래 목회에 대한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올해 4기 장학생은 서울신학대학원 1학년생 100여명 중 40명이다. 학생 1명은 3년간 장학금 2100만원을 받는다. 코로나19로 모든 교회가 어려웠던 2021년 53명으로 시작돼 4년간 173명이 성미목 장학금 혜택을 누렸다.

성미목 대표단장인 이기용 목사는 “손녀 이름으로 신학생 1명의 장학금을 헌금한 할머니 성도도 계신다”며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무명 그리스도인의 헌신이 있었기에 전액 장학금 운동이 가능했다. 장학생들이 거룩한 부담을 가지고 훗날 한국교회를 빛낼 멋진 사역자가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성미목은 서류 심사와 스피치 등 면접을 통해 장학생을 선정한다. 또 1년 100구절씩 3년간 300구절 성경 암송, 최소 주 4회 새벽기도와 멘토링 수련회 참석 등 신앙훈련에도 공을 들인다. 성미목은 이번 학기 중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 혜택이 돌아가도록 추가 선정을 고려 중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