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상승한 만큼 소득이 늘지 않아 가구 실질소득은 마이너스가 됐다. 월급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올라 소득이 줄었다고 체감하는 부분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소비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면서 내수 성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1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하지만 명목소득 증가에도 물가상승률(3.0%)을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6% 감소했다. 1분기 기준 2021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가구 실질소득의 큰 폭 감소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한 데 안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1분기 성장은 수출과 내수가 함께 이끌었는데 실제 소비 증가라기보다는 물가상승 및 지난해 4분기 내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과 카드사의 연체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대목은 주의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조355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월 말보다 37.3%(3683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1.63%로 1년 전(1.21%)보다 0.42%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1.69%)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연체가 늘어난 것은 궁지에 몰린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신용카드는 자금 융통이 어려울 때 가장 마지막에 활용하는 수단이다.
물가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고, 금리 인하 시점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 취약계층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자칫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이들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시급히 핀포인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