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전후해 서로 각을 세워왔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양당 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범야권에 맞서는 ‘범보수연대’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반면 ‘전략적 공조’일 뿐 화학적 결합까지는 아직 이르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다. 황 위원장은 “이념적으로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협조할 건 하고 공조할 건 하면서 같이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조금은 달라진 황 위원장의 국민의힘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여권은 연일 개혁신당에 손을 내밀며 협치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개혁신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지난 19일에는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을 전달했다. 허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문을 조금씩 열어서 소통하겠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20일 개혁신당을 향해 “모든 면에서 함께 연대하자”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개혁신당에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반윤(반윤석열)을 자처하던 개혁신당도 일단 화해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국의 핵이 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범야권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대통령 탄핵’ 추진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오는 25일 범야권 장외 투쟁에도 동참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9일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내용을 호평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의 가치를 지닌 개혁신당과 손잡으면 거대 야당에 맞설 힘이 생길 것”이라며 “야당과의 소통을 부각하기에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총선 참패 후 일각에서 여권에 대한 동정 여론이 불고 있는데, 이때 개혁신당이 반윤 색채를 부각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대표는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예방했다. 이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각각이 가진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조화롭게 추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개혁신당이 주요 현안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어 공조 사인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허 대표는 “서로 협치할 수 있는 부분은 협치하자”고 답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