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걸쳐 학교 여자 후배들의 얼굴 사진에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 등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서울대 졸업생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자가 60여명인 악질적인 디지털 집단 성범죄가 최고의 지성이 모인 서울대에서 일어났다니 충격이다. 더구나 경찰은 네 차례나 수사를 하고도 피의자를 못 찾고 사건을 종결했다. 수사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따져볼 일이다.
서울경찰청은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 등 수십 명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서울대 졸업생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여성들의 SNS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을 소지하거나 퍼뜨리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진 ‘n번방’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도 이런 식의 딥페이크(조작 콘텐츠)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니 개탄스러운 노릇이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네 차례 수사에도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의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서울 서대문·강남·관악경찰서와 세종경찰서가 수사 중지·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관련 사건들은 지난해 12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해 재수사에 착수, 다섯 차례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경찰 수사가 더 빨리 강도 높게 이뤄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와중에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추적해 피의자로 특정한 또 다른 서울대 졸업생은 현재 재판 중이다.
지금도 보안이 강화된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에서는 일면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가 변태적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데 그에 비해 처벌은 약하다. 인공지능 발달로 딥페이크 범죄는 계속 늘어날 텐데 그 심각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찰은 불법 합성물 제작· 유포자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