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중국인을 깨우십시오… 한국교회, 화교 선교에 관심을”

입력 2024-05-21 03:08
왕부장 선교사가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소재 화교교회에서 화교들을 대상으로 설교하는 모습. 왕 선교사 제공

천국에는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을까. 태국 치앙마이선교훈련원(CMTC) 원장인 왕부장(가명·55) 선교사는 주저 없이 ‘중국’을 외쳤다. 최근 고국을 찾은 왕 선교사는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화교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피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대신 소속인 왕 선교사는 2003년 중국에 파송돼 2008년까지 사역하다 자진 철수한 후 태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장소는 중국 본토에서 태국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을 해외 선교사로 훈련해 파송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58명이 CMTC를 졸업했고 30명이 북한과 이란 이집트 터키 가나 등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8명은 중국 본토로 들어가 교회를 이끌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왕 선교사와 아내 하은진 선교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왕 선교사 제공

왕 선교사가 화교 선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지난해 다국적 선교단체 ‘투게더 포 올 네이션스(Together For All Nations·동심국제선교회 同心國際宣敎會)를 창립하면서부터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사역해온 한인 선교사 4명이 의기투합해 단체의 기초를 다졌고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북미 지역 화교 교회 지도자들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왕 선교사는 ‘친구가 되기는 어렵지만, 친구가 되면 목숨까지 내놓는다’는 중국 격언을 인용하면서 “오랜 기간 진정성 있게 사역해 온 한국인 선교사들이 구심점이 됐기에 화교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중국에서 사업을 개척할 때 필수 요소로 꼽히는, 우리말로 ‘관계’ ‘연줄’에 해당하는 ‘관시(Guanxi)’가 선교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게 왕 선교사의 분석이다.

왕 선교사의 아내 하은진 선교사도 거들었다. 하 선교사는 “먼저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중국인들은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의 테스트를 거쳐서 진정성을 확인한 후에는 아낌없는 후원을 보내는 게 중국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 선교사는 특히 “중국인들은 열정적이고 순수하다”며 “20대 30대 선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선교계 상황과 달리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선교사의 절대 다수가 20대 3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왕 선교사의 북미주 화교교회 순회를 알리는 포스터. 왕 선교사 제공

최근 중국 본토에서 일어나는 ‘탈중국’ 현상도 화교 선교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왕 선교사는 “우리가 사는 치앙마이만 해도 코로나 이전에 3만명 수준이던 중국인 거주자가 현재 1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부유한 사람들은 북미나 오세아니아로, 중산층은 싱가포르나 태국 등으로 떠나고 있는 게 현재 중국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산 조사기관 뉴월드 웰스는 지난 2월 2022년과 2023년 중국의 백만장자 2만4300명이 해외로 떠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CNN도 2013년 2만5000명이던 중국인의 정치적 망명 신청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1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난 1월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에는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이후 갈수록 강화하는 권위주의적 사회 통제와 경제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왕 선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화교에 대한 사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중국인을 깨운다면 이들이 세계 선교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