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입증 목적으로 배우자 휴대전화에 몰래 앱을 설치해 불법녹음한 대화 내용은 형사재판뿐 아니라 가사소송에서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전남편의 상간녀 B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의사 남편 C씨와 2011년 결혼했고 2019년 C씨가 병원 직원 B씨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씨는 2020년 A씨도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부부는 2021년 협의 이혼했다.
A씨는 이후 B씨를 상대로 3300만원 위자료 소송을 냈다. 남편 몰래 남편 휴대전화에 설치한 ‘스파이 앱’으로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냈다.
1·2심은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해 B씨가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법칙이 가사소송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민사·가사 소송에서도 ‘제3자가 대화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한 통화 내용’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증거로도 불륜 행위는 인정된다고 보고 위자료 1000만원 지급 판결은 그대로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