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저출생 대응’ 정조준… R&D는 다시 확대

입력 2024-05-18 00:10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무게중심을 ‘저출생 대응’에 둔다. 국가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올해 예산에서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은 크게 늘린다는 기조로 180도 선회했다. 법원 판결로 동력을 얻은 의료개혁 재정 지원에도 힘을 싣는다. 재원 마련 방안은 정부 출범 첫해부터 강조해 온 지출 구조조정으로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사진)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안 및 중기 재정 운용 방향을 발표·토론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존립과 직결된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 삭감, R&D 예산 삭감을 강조했던 지난 2년의 기조와 달리 지출 방향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구체적 밑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육아휴직 급여 등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데 무게를 줄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재정전략회의를 기점으로 삭감했던 R&D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 R&D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배제하겠다는 방향성도 내놓았다. 특혜에 가까운 파격적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의료개혁을 위한 재정 역시 내년 예산안에 핵심 사안으로 담는다. 정부는 필수의료 재정지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을 발표했었다.

이날 회의에선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확대 방안도 검토했다. 형편이 어려운 장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확충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에 40만원까지 올리기로 한 기초연금 예산도 당장 내년부터 늘릴 계획이다. 각종 재정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아돌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본격적으로 손 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다. 효율적으로 쓰자는 얘기”라며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을 풀어내는 답은 책상 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부지런히 현장을 보고,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각 부처의 예산편성과 재정 운영도 철저하게 현장 맞춤형으로 해야만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이경원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