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꺾은 우원식… 제동 걸린 明心

입력 2024-05-17 00:1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총회 결과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선출이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낙선한 추미애(가운데) 당선인은 자리를 뜨고 있다. 이병주 기자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5선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선출됐다. 우 의원이 친명(친이재명)계의 공개 지지를 받았던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된 데는 과도한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 경쟁’이 불러온 역풍, 추 당선인에 대한 반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재적 169표 중 89표를 얻어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됐다. 80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 추 당선인을 9표 차로 제쳤다. 우 의원은 다음 달 5일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득표를 얻으면 국회의장이 된다.

우 의원의 당선은 대이변으로 평가된다. 당초 4파전으로 전개됐던 의장 경선 구도는 지난 12일 조정식·정성호 의원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우 의원과 추 당선인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조 의원이 추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당내에선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 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명심’에 의한 교통정리가 현역 의원과 당선인들의 반감을 사면서 역풍을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순간 표심이 우 의원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며 “인위적인 일방통행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특정한 방향, 정해진 의견대로만 가는 것보다 당에 다양한 움직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추 당선인에 대한 불호도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다. 추 당선인이 당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맡았을 때 보여준 초강경 리더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추 당선인의 강경 일변도 언행과 그로 인한 여야 대치, 정국 경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재선 이상 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우려가 파다했고 초선 당선인들도 그런 분위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인들은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민주당 의사를 구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국회 권위를 지키는 모습을 원했을 것”이라며 “‘어의추’는 실체가 없는 이야기였다”고 덧붙였다.

다른 의원도 “추 당선인 개인 캐릭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의정 경험이 있는 분들은 혹시 모를 돌발행동이 낳을 리스크를 우려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조·정 의원이 완주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자 구도 속에서 우 의원의 상대적 안정감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가장 신뢰한 후보는 조·정 두 의원이었다”며 “교통정리가 되기 전 1강은 조 의원이었고 두 사람이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장군 이택현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