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4% 포인트나 올려 2.6%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가 중심에 있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대신 연간 물가상승률도 지난 전망치보다 소폭 더 높게 잡았다. 지난 2~3월 물가상승률이 사과 등 신선 농산물 여파로 3%를 웃돌았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상·하반기 각각 2.9%, 2.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고려한 연간 경제성장률은 2.6%로 예상했다.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주요 외부 기관의 발표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 무디스는 2.5%를 전망했다. 모두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1.4%를 기록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KDI는 반도체 경기를 고려해 올해 총수출 증가 폭 전망치를 기존(4.7%)보다 0.9% 포인트 올린 5.6%로 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도 지난 2월(562억 달러)보다 141억 달러 증가한 703억 달러로 예측했다.
대신 내수는 회복이 더딜 것으로 평가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감률 전망치를 종전의 1.7%보다 0.1% 포인트 상향한 1.8%로 조정했다. 투자 부문은 고금리 여파에 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측했다. 설비투자 증감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 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했다. 특히 건설투자의 경우 부동산 경기 하락 여파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2.5%)보다 2.6%로 소폭 상향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했다. 다만 물가의 장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상승률은 올해 2.3%, 내년 2.0%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기인해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근원물가상승률은 점차 둔화하면서 물가 안정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현 시점에서 추가 경기부양 필요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대신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완화하면 내수도 점차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을 전제로 한 금리 인하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고금리 기조도 점차 중립적으로 가면서 한국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 상황이다. KDI는 올해 2% 중반대를 기록할 경제성장률이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근거로는 기저효과와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내년의 경우 지난해 1.4%에 그친 경제성장률 기저효과를 봤던 올해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어려운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KDI는 연말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하면 글로벌 무역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수출도 내년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읽힌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