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가해자가 재판부 판결 직전 공탁금을 내고 감형을 시도하는 이른바 ‘기습 공탁’을 막기 위해 법무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법무부는 16일 공탁제도를 손질한 공탁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범죄 피해자를 위한 핵심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형사재판 중인 가해자가 공탁금을 낸 경우 법원이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데 공탁만으로 감형받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형사공탁이란 가해자가 법원 공탁소에 합의금 등 명목의 돈을 맡겨두는 제도다. 피해자 인적사항이나 주소를 몰라도 공탁할 수 있다. 피해 회복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최근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감형 요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지하철에서 여성을 추행한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지난 1월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선고 6일 전 피고인이 1000만원을 기습 공탁한 것을 법원이 유리한 양형조건으로 반영한 것이다. 이렇듯 공탁만으로 감경해준 사례가 다수 발생하자 “용서를 돈으로 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양형기준 감경 원인 중 ‘실질적 피해회복(공탁 포함)’ 문구에서 ‘공탁 포함’ 부분을 삭제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아가지 않은 사이 감형을 받은 가해자가 공탁금을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먹튀 공탁’ 사례도 문제가 됐다. 법 개정안에는 가해자의 공탁금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됐다. 다만 피해자가 공탁 회수에 동의하거나 확정적으로 수령거절을 하는 경우, 형사재판이나 수사 절차에서 무죄 또는 불기소 결정을 받았을 때는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보복 범죄 위험으로 신변보호가 필요한 경우 피해자에게 가해자 주소와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검찰청 예규를 개정했다. 개정 예규는 이날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합의나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만 가해자 주소 등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법무부는 법원이 피해자의 가해자 재판기록 열람·등사를 불허하거나 조건부 허가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다. 지금은 재판부 불허 결정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개정안은 중대 강력범죄와 취약계층 대상 범죄에 대해 신변보호와 권리구제 필요성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허가하도록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