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16일부터 1~4차장검사 자리를 모두 비운 상태로 운영된다. 지휘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속 중간간부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 단행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 대검 간부급 인사를 놓고 미묘하게 드러났던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통령실·법무부 간 갈등이 후속 인사와 김 여사 수사 상황을 계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1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고검 검사급 검사 인사 공모를 올렸다. 통상 공모 후 열흘 전후해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난다. 이번엔 중앙지검 1~4차장 모두 공백 상태라 후속 인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내부에서도 지난 13일 중간간부들을 대상으로 후임자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핵심은 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의 교체 여부다. 형사1부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이고,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를 맡고 있다. 수사 책임자인 부장검사까지 교체될 경우 이 총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신임’ 해석이 힘을 얻으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15일 “중앙 1~4차장이 다 바뀌었고 빈자리도 많아 그 두 자리도 인사가 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수 신임 중앙지검장과 손발을 맞출 1차장과 4차장 자리에 누가 올지도 관심사다. 각각 형사부와 반부패수사부를 관할하는 1차장과 4차장은 김 여사 의혹 수사를 담당한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김 여사 수사를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명품가방 전달자인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조사했고, 20일엔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조사한다. 주요 관계인 조사를 마치고 증거물 분석이 마무리되면 다음 단계로 김 여사를 조사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상 김 여사를 처벌할 조항은 없지만 그가 받은 금품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는지 따지기 위해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 총장은 ‘원칙대로 수사’를 강조한 상황이다. 한 검찰 간부는 “여사가 직접 나와 조사받으면 가장 좋겠으나 처벌 규정이 없어 출석을 강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출석 거부 시 제3의 장소에서 방문조사를 하거나 서면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미 야당의 특검 공세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 신임 지검장 역시 김 여사 소환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신임 지검장도 주요 수사를 잡음 없이 처리해 왔다”며 “친윤(친윤석열)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원칙대로 수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야권 수사가 속도를 낼지도 주목된다. 이 신임 지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의 특혜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 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신임 전주지검장에는 박영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승진 배치됐다. 박 신임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 형사1과장으로 근무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