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외기지 구축, 계열사 사업 인수, 정관 변경 등을 단행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대규모 시설물을 만든 경험을 살려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해상풍력 관련 사업을 수행하려면 거칠고, 급변하는 해양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각종 해양플랜트, 대형 선박 등을 설계하고 제작하며 노하우를 구축한 조선사들이 강점이 있다. 기존 조선소 내 구조를 크게 바꾸거나, 추가적인 설비 투자 없이 대형 해상풍력 구조물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진출 때 고려됐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사업 목적에 ‘신재생에너지’, ‘터빈 및 발전소 설비 제작 및 설치’ 등을 새로 넣으며 풍력에너지 사업자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15일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 확대를 위해 필리핀 ‘수빅 야드’ 일부 부지 및 설비를 임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부 조건들은 앞으로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전날에는 필리핀 대통령 관저에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수빅 야드의 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었다. 하부 구조물은 상부 구조물인 터빈, 타워 등을 받치는 해상풍력 핵심 설비다. HD현대 측은 “2030부터 2050년까지 호주 대만 일본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의 해상풍력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라며 “아시아·태평양 해상풍력 시장의 지리적 중심에 있는 필리핀이 관련 제품 제작기지 구축을 위한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현지 경제개발기구들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HD현대중공업은 부유식 해상 구조물 설계 및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고, 스코틀랜드 엔터프라이즈(SE)와 하이랜드&아일랜드 엔터프라이즈(HIE)는 스코틀랜드 내 재정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계열사로부터 해상풍력 사업을 넘겨받은 후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사업을 인수하면서 국내 10개 지역에서 2.6GW 규모로 진행 중인 풍력발전 사업을 맡게 됐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이 2022년 63.3기가와트(GW)에서 2032년에는 477GW까지 7.5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