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CC 센터 라건아(35·사진)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국인 용병 취급을 받아 온 그가 소속팀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면서다. 해외 진출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프로농구연맹(KBL)의 결정에 눈길이 쏠린다.
KBL은 오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라건아의 신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리그 관계자는 “다음 시즌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계약 만료 전에 결론을 내려고 할 것”이라며 “(불발 시엔) 이른 시일 내에 또 이사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라건아는 2018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별도 수당을 받긴 했지만 국제대회 때마다 태극마크도 달았다. 다만 리그에선 여전히 ‘깍두기’ 취급을 받았다. 라건아를 국내 선수로 인정할 시 팀 간 전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지나는 나이지만 라건아의 파괴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23-2024시즌 KCC의 우승 과정에서도 그의 공이 컸다. 플레이오프 12경기에서 평균 22득점을 몰아치면서 골밑을 확실히 책임졌다. 외국인 용병들과 함께 코트에 서게 된다면 단숨에 리그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라건아 개인으로선 국내 선수로 인정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구단으로선 용병급 선수 한 명을 국내 선수로 영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완전한 외국 선수로 분류될 시 라건아의 거취는 한층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특별귀화선수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받았던 인센티브가 사라질뿐더러, 리그에서도 그보다 젊은 1옵션 외국인 선수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등 해외리그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라건아는 전날 SNS를 통해 “아직 제 다음 신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이 조치를 취해주거나 중간 협의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라건아는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KBL에서 12시즌을 뛰며 1만1343점을 올려 서장훈(1만3231득점)에 이은 통산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