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단행된 검찰 인사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 지휘라인이 교체되면서 이 총장을 ‘패싱’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 발언이다. 이 총장이 인사와 수사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이날 검사장 인사로 인해 김 여사 관련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장은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말한 뒤 한동안 침묵하며 고뇌에 찬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전날 고검장·검사장급 검사 39명의 신규 보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1∼4차장이 모두 바뀌었고,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부분 교체됐다.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11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엿새 만에 이뤄진 인사였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검찰 내 ‘친윤(친윤석열)’ 검사로 분류되는 이창수(사법연수원 30기)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김 여사 관련 특검 추진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했는데도 또 하자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투명한 수사와 처분을 바라는 것이 지난 총선 등에서 확인된 민심이다. “김 여사 방탄을 위한 인사”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지만 김 여사를 조사하는 강도나 방법에 따라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공석인 1∼4차장검사 자리를 서둘러 채우고 관련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검찰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 총장의 발언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결국 수사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