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 근거 빈약” vs “보정심 위원 23명중 19명 찬성”

입력 2024-05-14 01:30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증원 자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의료계가 13일 정부가 앞서 법원에 제출한 의과대학 증원 근거 자료를 전부 공개하며 “2000명 증원이 언급된 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논의된 것은 보정심 회의밖에 없기 때문에 근거가 빈약하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이미 1년 전부터 증원 논의를 해왔고, 구체적인 규모에 대한 의사결정은 보정심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며 여론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자료 일체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 홍윤철 서울대의대 교수)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며 “(2000명은)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돼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라고 반문했다.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엔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할 때 반드시 의료계의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보정심 회의에서 언급되기 전에는 정부가 2000명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의협 역시 단 한 차례도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정부 정책 결정 과정만을 문제삼고 있다.

또 김 회장은 “소비자에게 극단적인 이익이 되는 부분에서는 보정심이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자와 시민단체 의견이 반영된 것을 두고 편향됐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 부족에 대한 추계는 과학적으로 이뤄진 게 맞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2000명 증원’은 방법론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또 정책 결정의 모든 과정이 반드시 협의체 논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의 주장이 무리라고 반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료계의 자료 공개와 관련, “여론전으로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답은 ‘2035년에 1만명이 부족하다’는 3개 연구 보고서에 객관적 답이 있다”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는 것은 정책 결정이고, 정부 판단은 2035년에 부족한 1만명을 채우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정부가 내부 검토를 통해 (2000명이라는) 안을 만들었고, 그 부분이 보정심을 통해 의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는 보정심 회의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을 문제삼았다. 국민일보가 확인한 회의록에 따르면 한 의료계 위원은 “증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의과대학들이 제대로 의대생을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은 350명 정도이기 때문에 (증원 규모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3명의 참석 위원 가운데 19명이 증원에 찬성했고 대한종합병원협의회 측 위원은 “최소 30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법원은 이번 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결론을 낼 전망이다. 박 차관은 “만약 인용 결정이 난다면, 즉시 항고해서 대법원 판결을 신속하게 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