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커진 오세훈 “국힘, 외연 확장… 당정, 긴장 관계 바람직”

입력 2024-05-14 00:25
사진=연합뉴스

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지난달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야 서울지역 낙선자·당선자들과 각각 한남동 공관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는 한편 총선 이후 당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선 뒤 여당의 정책기조와 방향성에 대해 “보다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행보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최근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우선 과제로 ‘보수 정체성 확립’를 꼽은 데 대해 “비대위원장과 의견이 같다 다르다, 당의 정책기조와 같다 다르다를 떠나 제가 당의 중진으로 오히려 당을 견인해야 될 입장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총선에서 상당히 많은 의석 차이로 패배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게 (본인의) 의무”라며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당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요즘 유권자들은 선거 직전에 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갖고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아마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 쪽으로 (노선이)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추경호 의원이 선출된 데 대해서는 “건강한 당정 관계를 설정하는 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건강한 당정 관계’를 놓고는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오 시장은 “지금까지 당이 당정의 화합 쪽에 무게가 실린 당 운영을 했다”며 “그 결과가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는 관점에서 보면 당정 간 치열하게 논쟁이 붙을 부분은 붙고 또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건강한 긴장 관계가 설정되는 것이 국민이 보시기에는 가장 바람직한 당정 관계”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해외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현안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해외 출장은 시 정책에 반영할 만한 개발 사례를 시찰하기 위한 것이어서 그간 기자간담회 또한 시 정책 관련 질의에 집중돼 있었다.

오 시장의 최근 행보는 총선 결과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 내 강력한 대권 주자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책임론에 직면해 있으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패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패배로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 등 대권 경쟁자들의 힘이 빠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그립’도 약화되면서 오 시장의 정치적 공간이 더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 주자로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서울시 측은 “서울지역 총선 출마자들과의 식사 자리는 시장으로서 관행적으로 해 왔던 일이며, 총선에 대한 평가도 중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