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을 품고 있는 경주 토함산 일대에서 다수의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정부 대응은 미흡하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큰비가 내리거나 지진이 발생하면 대형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녹색연합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토함산 산사태 위험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토함산 정상을 중심으로 서쪽의 경주 진현동·마동 등과 동쪽의 문무대왕면 부근에 크고 작은 산사태 지점 24곳이 확인됐다.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사진에는 산 중심을 갉아낸 듯 나무와 흙이 아래쪽으로 쓸려내려간 모습이 담겼다.
녹색연합은 대부분의 산사태가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현장 조사 및 산사태 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토양이 계속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는 “가장 큰 규모로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2000평 규모의 토석이 쓸려나갔다”며 “이 현장에서 계곡을 따라 1200m 아래에 주택과 농경지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 위쪽에서도 산사태 지점 2곳이 확인됐다. 불국사 방향으로 발생한 산사태도 10곳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는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경사면에 흙과 암석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며 “장마철을 앞두고 신속한 산사태 위험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 “지난해 7월 경북 산사태 참사의 교훈은 실시간 강우량 측정을 통한 대피 시스템을 가동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토함산 정상과 주차장 등에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추가 설치하고, 국립공원 산사태 대응을 위한 종합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공원공단, 산림청, 경주시 등은 뒤늦게 현장조사에 나섰다. 경주국립공원 관계자는 “16~17일 관계기관과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복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탐방로 중심으로 안전관리·점검이 이뤄지지만 일부 확인하지 못한 지역이 있어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