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처럼 병영에 복음이 퍼져가도록…

입력 2024-05-14 03:03
국경없는바리스타 소속 봉사자(오른쪽)가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 제28보병사단에서 커피를 든 병사에게 과자를 건네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13일 경기도 동두천 육군 제28보병사단 식당 앞. 식사를 마친 군 장병들이 국경없는바리스타(대표 진충섭 목사)가 설치한 부스 앞에 줄을 맞춰 대기하고 있었다. 국경없는바리스타 봉사자들은 저마다 핸드드립 주전자를 들고 커피를 내렸다. 시원한 얼음 잔에 담긴 커피를 건네받은 장병들은 값을 지불하는 대신 환한 미소로 답했다.

“시원한 커피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덕분에 힘이 납니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평신도와 목회자들로 구성된 국경없는바리스타는 중서부 최전방지역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제28보병사단을 찾아 위문했다. 긴장된 일상 속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들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을 전한다는 취지에서다. 커피를 건넬 때 봉사자들은 ‘하나님이 사랑하십니다’라는 식으로만 은근하게 복음을 전했다. 기독교인이 아닌 장병도 부담 없이 커피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진충섭 비전153교회 목사는 “커피는 복음이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도와주는 전도 징검다리”라면서 “복음의 황금어장으로 일컬어지는 군대에 향긋한 커피의 내음처럼 복음이 퍼질 수 있도록 ‘커피 선교’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봉사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국경없는바리스타는 봉사자들을 군대에서 사용하는 음성기호 알파(ALPHA) 브라보(BRAVO) 찰리(CHARLIE)로 팀을 구성하고 화생방지원대와 군사경찰대대, 사단본부 등으로 흩어져 ‘각개 봉사’에 임했다. 팀에서도 임무를 분담한다. 한쪽에서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면 다른 쪽에선 커피를 내리고 장병들에게 전하는 식이다. 식사 후 삽시간에 몰려든 장병들은 커피와 다과를 나누며 구슬땀을 식힐 수 있었다.

제28보병사단 참모장 노현석 대령은 “군 장병을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동두천까지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다”며 “향긋한 커피로 장병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전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진작에 기여해 주심에 전 장병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사단에서 준비한 감사패를 전달했다.

아들과 함께 세 차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남순호(53)씨는 “국경없는바리스타 봉사를 나오면서 아들에게 국군 장병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알리고 싶었다”며 “하나님 안에서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청년들을 섬길 수 있어 되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윤혁(14)군은 “아빠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귀띔했다.

국경없는바리스타는 2016년 출범해 해마다 5차례 정도 정규 봉사와 징검다리 봉사를 진행하며 중·대대급 이상 부대를 찾아간다. 또 바리스타 선교사를 무료로 양성하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사역도 펼치고 있다. 군인교회가 주된 사역 대상이지만 경찰서 노인정 학교 등에서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찾아간다.

동두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