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라인 뒤에 손정의?

입력 2024-05-14 00:40

가장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인 손정의(67·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어릴 적부터 차별을 많이 받고 자랐다. 방송에서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은 경험을 토로하며 성을 ‘야스모토’(安本)로 바꿀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손(孫)씨로 돌아왔는데 성공한 사업가로서 재일교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창업 성공 신화를 써온 그 역시 외국인 신분으론 일본 내 사업이 버거워 일본인 귀화를 결심한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자국엔 손이라는 성씨가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손 회장은 고심 끝에 일본에선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부부동씨를 인정하는 점을 이용해 아내 오나 마시미의 성을 손씨로 바꾸도록 해 귀화에 ‘성공’했다.

손 회장은 2014년 일본 내 최고 갑부로 등극하기도 했는데 사업 역량 외에도 미래 산업을 내다보는 혜안 덕분이다. 15년 전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에 불과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기업설명회를 듣다가 몇 분 만에 2000만 달러 투자 결정을 한 것이 지금은 수백억 달러 자산으로 불리는 계기가 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2020년대 이후론 위워크·우버 등 스타트업 기업 투자 실패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던 그의 명성도 빛이 바랬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한·일 양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라인야후 사태’가 소프트뱅크로선 위기를 기회로 되돌릴 호재다. 네이버를 밀어낼 경우 회원 9500만명을 거느린 국민메신저 라인을 통해 새로운 미래 사업 영역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신 이번 사태에 손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망해가는 야후를 도와 네이버가 키운 기업을 강탈하려 한다는 고국동포들의 싸늘한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것 역시 그의 몫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촉발한 행정지도가 외교 문제로 비화함은 물론 재일교포 사회로 불똥이 튈지도 모르게 생겼으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을 재차 실감하게 된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