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적재조사는 ‘국토 밸류업’

입력 2024-05-14 00:34

올해 초 정부는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는 일본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기업들이 스스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계획을 세워 매년 자율공시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을 도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정보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일반 국민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투명성 강화와 정보 접근성 제고는 선진사회의 핵심 키워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토지 소유권 분쟁, 부동산 거래 위축, 국토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 등으로 인해 사회 갈등과 경제적 손실이 야기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국토 밸류업 사업’인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원점과 축척, 둘 이상의 행정구역에 걸친 토지 등록사항(경계, 면적 등)과 실제 이용현황이 일치하지 않아 적지 않게 토지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지적공부와 현실경계가 다른 현황을 조사하고 일치하지 않은 554만 필지(국토의 14.8%)를 바로잡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지적공부와 현실경계가 일치하지 않은 토지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 토지 가치를 재평가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경계분쟁 감소, 토지가치 상승, 국민 재산권 보호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양구군 해안면 일대에 ‘펀치볼’로 불리는 무주지(주인 없는 땅·6200만㎡)가 대표적인 사례다. 6·25전쟁 이후 피란민 대부분이 북한으로 넘어가 돌아오지 못했고 대규모 무주지가 발생했다. 이후 소유권과 경작권을 둘러싼 토지 소유권 분쟁이 70년 넘게 이어졌으나 지적재조사를 통해 700일 만에 관련 민원을 해결했다.

또한 지적재조사는 효율적 국토관리에 이바지하며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적재조사로 토지 경계 조정을 통한 토지 활용도가 높아진 사례가 많다. 명확한 소유권 확립은 토지 거래를 활성화하고 토지 가치를 상승시킨다. 실제로 경계나 면적 등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여의도 면적의 1.1배가량인 3.2㎦의 지적공부상 국토면적이 증가하는 등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조세 징수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국토의 백년대계를 다시 그려 국토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사업이다.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하면 정확한 토지정보 제공은 물론 경계가 반듯해진 토지로 인해 지가 상승, 개발 인허가 활성화,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낙수효과를 낳는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국토계획을 할 수 있게 된다.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활용을 위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지적재조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