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깜짝실적’을 기록했던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띤 덕분에 경기 부진 자체는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간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양호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경제 동향에 ‘경기 부진 완화’라는 표현을 담았다.
KDI는 3월 전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하며 전월(1.7%)보다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음에도 이 같은 표현을 유지했다.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3.8%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이유에서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 흐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내수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부진’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KDI는 “상품 소비 감소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서비스 소비도 낮은 증가율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3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점을 평가 근거로 삼았다. 서비스 소비 부문 중 민간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소매가 각각 지난해 1분기보다 5.9%, 3.7% 줄어든 영향도 반영됐다.
보고서는 투자가 회복되지 않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았다. 설비투자가 고금리 국면의 장기화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3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4.8% 감소하며 전월(-0.9%)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KDI는 물가 상승 흐름은 둔화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점을 볼 때 ‘먹거리 물가’발 물가 대란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다만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은 향후 소비자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