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전공의 수련 체계를 두고 다시 가팔라졌다. 정부가 동네 병·의원에서도 전공의가 수련할 수 있도록 수련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의료계는 수련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일원화된 교육체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전공의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수련받는 것은 아니라며 다양한 진료환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범석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공보담당은 12일 “대학병원은 교과서적인 접근을 하는데 1차, 2차 병원은 가이드라인이 없는 때도 있다”며 “통일된 의료체계 없이 의원에서 수련을 받는다면 전공의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0일 제2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전공의가 의원에서도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하자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필수의료를 하지 않거나 기피하는 개원의들에게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 것이 모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공의 수련 관련 학술단체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수련 병원 지정과 내용에 있어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수련 교육기관이 아닌 개인 의원에서 수련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정부는 필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증원을 한다면서 전공의들을 동네 개원의한테 수련을 받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도 “가족이 아프면 의원에서 수련받은 의사와 대학병원에서 수련받은 의사 중 누구한테 진료를 받고 싶어 할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계 반발이 커지자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전공의를 전속 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네트워크 수련체계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과 협력 병·의원 간의 네트워크 안에서 다양한 진료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려는 취지”라고 했다. 특위는 향후 네트워크 수련체계 프로그램 구성 등 제도설계 방안은 의학회, 병원계 등과 논의해 의료개혁특위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통일된 교육체계와 검증과정 등이 잘 갖춰진다면 바람직한 수련환경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교육체계가 일원화되면 전공의가 다양한 의료체계에서 교육을 받음으로써 한 기관 내 묶여있지 않기 때문에 값싼 인력에서 벗어나 ‘수련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보건의료 재난 위기가 ‘심각’ 단계에 이른 경우 외국 의사들의 국내 진료를 허용한다고 정부가 밝힌 데 대해 10명 중 9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해당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입법예고 공지에는 총 1112건의 의견이 달렸다. 반대가 1016건으로 91.3%를 차지했는데 찬성 19건, 기타 77건을 압도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