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을 한 달 넘게 연체한 차주 절반가량은 1년 뒤에도 여전히 빚을 갚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의 늪에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다.
12일 금융연구원이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2019년 1분기(1~3월)~2023년 3분기(7~9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출금을 3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연체 중일 확률은 절반에 육박하는 48.7%에 달했다. 이런 차주가 2년 뒤에도 여전히 빚을 갚지 못하고 있을 확률도 31.8%나 됐다.
첫 연체 기간이 길어질수록 탈출에 실패할 확률은 높아진다. 9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90일 이상의 연체 기록을 보유할 확률은 52.1%, 120일 이상 연체 차주가 1년 뒤에도 같은 연체 상태일 확률은 54.2%로 추정됐다. 연체한 차주의 절반 이상이 반복적인 연체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체 차주 중 30일 이상의 연체를 경험한 비율은 월평균 1.7%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현열 금융연 연구위원은 “연체를 할 경우 애초 계약 금리보다 높은 가산 금리가 붙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고 신용도 저하에 따라 향후 은행권 이용이 어려워지는 등 각종 비용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연체는 소수에 한해 드물게 일어나지만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장기간에 걸쳐 거듭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체가 한 번 발생하면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가 많이 관측됐다. 30일 이상의 연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차주의 19.9%는 관측 기간 중 절반 이상 연체 상태에 놓여 있었다. 90일 이상의 연체 차주로 조사 대상을 바꿔봐도 이 비율은 19.7%로 유사했다. 표본 기간 중 연체 발생 빈도를 살펴보면 30일 이상의 연체 차주 중 20% 이상은 2회 이상 연체를 경험했다. 90일 이상 연체 차주의 경우 14%가 2회 이상 연체했다.
연체 차주에게는 한시적인 금융 지원이 아니라 일자리 알선 등을 통해 다시 늪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금융 당국이 최근 연체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금융-고용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용 교육과 재무 상담, 고용 지원을 연계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정책이 연체 차주의 상환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되면 법원에서 개인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차주에게도 유사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