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공사비 증액” vs KT “더 못 준다”… 불붙은 맞소송전

입력 2024-05-13 03:20

KT와 쌍용건설이 공사비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게 됐다. KT가 “돈을 더 줄 수 없다”며 먼저 법적 절차를 밟자 쌍용건설은 “처음부터 협상 의지도 없이 시간만 끌다 뒤통수를 쳤다”며 시위와 맞소송을 예고했다.

KT는 경기 판교 신사옥 시공을 맡은 쌍용건설에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 달라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두 회사는 2년 가까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해왔다. KT가 2020년 쌍용건설에 신사옥 건립을 맡기면서 계약한 사업비는 약 967억원이다. 쌍용건설은 2022년 7월 공사비 171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던 때였다.

KT는 ‘줄 돈은 이미 다 줬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계약한 공사비를 쌍용건설 요청으로 건설 과정에서 조기 지급했고 설계 변경으로 늘어난 공사비 45억5000만원도 제대로 줬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는 근거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KT 판교 사옥 앞에서 공사비 지급 요구 시위를 열기도 했다.

KT는 “쌍용건설은 계약상 근거 없이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하는 등 KT그룹 이미지를 지속해서 훼손해 왔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 사안의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원의 정당한 판단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입장문을 통해 “KT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공사비 분쟁에 대한 협상 의지 자체가 없음을 드러냈다”며 “그동안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KT를 상대로 별도의 공사비 청구 소송을 내고 KT 본사 집회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은 KT가 “시공사와 원만한 타결을 위해 성실히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절차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해온 점을 강조했다. 이런 식으로 긍정적 분위기를 풍기며 “내부 논의를 할 시간을 달라”고 해 이를 믿고 KT 사옥 앞 집회를 미루기도 했다고 쌍용건설은 덧붙였다.

쌍용건설은 “KT는 처음부터 협상 의지가 없었으면서도 언론과 시공사에 협상과 상생 협력이라는 거짓을 논해왔던 것”이라며 “이번 소 제기로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는 공사비를 둘러싸고 발주처와 건설사가 갈등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놓고 다투다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분쟁 조정을 위해 정비사업 분야 전문가를 모집 중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