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섭취, 암 수술 후 위장 장애 개선 효과

입력 2024-05-14 06:12

위나 췌장 등 소화기암으로 수술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해당 기관의 조직을 절제하기 때문에 수술 이후 위장관 구조와 기능이 변한다. 이로 인해 가스 배출 등 배변 습관이 변하거나 장내 미생물 변화, 근육량 감소, 빈혈 등의 후유증을 겪는다. 특히 가스 배출이나 배변이 너무 빈번해지고 냄새가 지독해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암 수술 후에 홍삼을 꾸준히 섭취하면 이런 위장기관 장애나 배변 습관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주목받았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팀은 소화기암 환자 60명(위암 40명, 췌장암 20명)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암 수술 후 1개월 시점부터 3개월 시점까지 홍삼과 위약(가짜 약)을 각각 매일 2g씩 섭취하도록 했다.

이어 유럽암연구치료기구가 개발한 암 환자 삶의 질 측정 지표(EORTC-QLQ-C30)를 통한 위장관 장애 개선 정도 및 배변 습관 설문 조사, 영양학적 지표·장내 미생물 측정 등을 각 시점별로 시행했다.

그 결과 배변 습관 중 하루에 배출되는 가스 횟수의 경우 홍삼 섭취군이 6.7회로, 대조군(11.8회)보다 43%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전반적인 건강 상태 및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홍삼 섭취군은 수술 전과 비슷하게 유지된 반면, 대조군에선 만족도가 15%가량 감소했다. 또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락토바실러스’와 ‘아커만시아’의 비중이 홍삼 섭취군에서 각각 23.9%, 1.47%로 측정돼 대조군(각 12.3%, 0.63%)보다 배가량 높았다.

권 교수는 13일 “홍삼 섭취가 소화기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수술 후 위장장애 증상 및 불편한 배변 습관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장내 유익균 수치까지 증가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암 환자 대상 연구 진행 중 이상 반응은 없었고 증상은 효과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홍삼이 암뿐 아니라 다른 수술 환자의 회복기에도 안전한 보조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