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9일 취임 일성으로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192석의 거대 야권을 상대로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시작해야 할 추 원내대표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는 평가다.
추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시험할 첫 관문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21대 국회에서 재표결에 들어갈 경우 당장 여당 내 이탈표를 단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이와 함께 4·10 총선 참패로 침체된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 요구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된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본회의에 출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1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는 것이다. 낙천·낙선·불출마 등으로 국회를 떠나는 의원이 58명인 데다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의원들도 있어 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될 경우 22대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주도권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살아남은 정예 요원들”이라며 “108명이 똘똘 뭉치면 192석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야당은 계속 틈새를 노리겠지만 우리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또 TK(대구·경북) 지도부’라는 비판에 대해 “원내대표 자리가 독배라고 하는데 이런 때 TK에서 독배라도 마시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22대 원 구성 협상도 난관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운영위원회를 비롯한 18개 상임위 전부를 가져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가 장악한 민주당은 4년 전보다 훨씬 더 강경한 분위기라 원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 구성 협상이 교착될 경우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표결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4년 전 21대 국회 출범 직후 때와 마찬가지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수직적 당정 관계 재정립도 추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은 끊임없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산적한 민생 현안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김건희 여사 문제나 의·정 갈등 등 현안을 두고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있는 만큼 당정 갈등이 언제든 표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