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처신 사과” 했지만… 쌍특검 사실상 거부

입력 2024-05-10 00:10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향후 3년간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국민보고를 낭독한 뒤 내외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별도 원고 없이 총 20개의 질문에 답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건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념 회견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김 여사 사건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정치공세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진행 중인 수사를 일단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밝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의 가방 수수 논란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어떤 면에서는 그냥 정치공세, 정치행위 아니냐,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근 김 여사 사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선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만약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거나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수처와 경찰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의 결과를 먼저 확인하고, 수사 부실 여부까지 판단한 뒤 특검 필요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7일 정부에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일단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대원이 대민지원 작전 중에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며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좀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우리가 일단은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특검법엔 난색을 표했다. 아울러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631일 만이다. 이번 회견에선 73분간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20개의 질문과 답변이 이뤄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