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김 여사 사건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정치공세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진행 중인 수사를 일단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밝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의 가방 수수 논란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어떤 면에서는 그냥 정치공세, 정치행위 아니냐,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근 김 여사 사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선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만약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거나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수처와 경찰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의 결과를 먼저 확인하고, 수사 부실 여부까지 판단한 뒤 특검 필요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7일 정부에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일단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대원이 대민지원 작전 중에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며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좀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우리가 일단은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특검법엔 난색을 표했다. 아울러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631일 만이다. 이번 회견에선 73분간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20개의 질문과 답변이 이뤄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