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韓… 빚 규모 줄었지만 여전히 1위

입력 2024-05-10 02:40

가계부채가 3년 반 만에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8.9%였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이 90%대로 내려온 것은 2020년 3분기(100.5%) 이후 3년 반 만이다.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도 6.6% 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 불명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국은 34개국(유로존은 단일 통계) 중 가계부채비율이 1위였다. 홍콩(92.5%) 태국(91.8%) 영국(78.1%) 미국(71.8%)이 뒤를 이었다.

가계부채비율이 감소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기존 대출 상환은 늘고 신규 대출 수요는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긴 하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와 부동산 시장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고금리 장기화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비율을 중장기적으로 80%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 총재는 지난해 8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업부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3.0%로 전년과 같았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261%) 중국(170.6%) 싱가포르(127.2%)뿐이다.

IIF는 보고서에서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1분기 1조3000억 달러 늘어 사상 최대인 전체 315조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GDP의 333%에 달한다”며 “증가의 주요 원인은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신흥시장 때문인데, 반대로 한국 태국 브라질의 경우 총부채 규모(미국 달러 환산)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