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자조 모임 ‘바람개비 서포터즈’의 서울지역 대표인 김요셉(26)씨는 후배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인기가 많다. 후배들을 위한 강연을 종종 하는데, 김씨 직업이 ‘간호사’라는 이유에서다. 간호사를 꿈꾸는 시설 아동들은 “어떻게 하면 간호사가 될 수 있나요” “남자가 간호사를 하면 힘들지 않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김씨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내가 뭐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내가 가진 작은 정보라도 알려주면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강연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라는 것이다. 이는 김씨의 학창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이기도 하다. 김씨 어머니는 정신재활시설에서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김씨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정 울타리 대신 그룹홈과 시설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지내던 김씨에게 2011년 본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간 교사가 1년 유학을 제안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후원금 등 모아둔 돈으로 다른 그룹홈 친구 1명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김씨는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고 주저했지만 그런 기회가 다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남아공 판자촌 빈민을 위한 봉사를 했다. 김씨는 “가기 전에는 ‘내 삶은 왜 이럴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좋은 환경이었구나’를 알게 됐고 누군가에게 나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그때부터 간호사를 꿈꿨다. 이후 대학에 진학했다. 재학 중이어서 시설에 보호 연장을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21살 때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바람개비 서포터즈’ 형, 누나들이 시설에 와서 교육해준 적이 있었다”면서 “그때 들었던 정보들이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까지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병원 근무는 3교대로 이뤄져 체력 소모가 크긴 했지만 신생아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말 못 하는 아기들이 회복돼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는 아기의 건강을 걱정하며 기도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축복받지 못한 아기도 있었고, 아기 상태를 전하려 해도 연락을 받지 않는 부모도 있었다”며 “중환자실에서 회복한 뒤 영유아 시설로 가는 아기도 많았는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부분 때문에 아기들이 특히 더 잘 치료받고, 잘 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재 미국 간호사를 준비 중이다.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또래들이 많이 가는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눈썹도 노랗게 염색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늘 얌전히 일하다 보니 이런 것도 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바람개비 서포터즈를 자조 모임의 대표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씨는 “정신의학과 관련 수업을 들으면 늘 언급되는 게 알코올중독자 자조 모임인 ‘A.A(Alcoholics Anonymous)’가 등장한다. 이걸 뛰어넘는 대표적인 자조 모임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람개비 서포터즈가 자신감이 낮고 무기력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마음의 불씨를 살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