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약 3개월 전 받았던 ‘소액생계비대출’ 50만원의 이자를 두 달째 갚지 못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현장에서 손을 다쳐 일이 끊긴 탓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 대상 서민금융 상품으로, A씨의 이자는 월 64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수입이 줄어 라면으로 매 끼니를 때우는 그에겐 이를 갚을 여력이 없다.
경기 하강 국면에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가 겹치면서 A씨처럼 소액생계비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20대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5.5%로 출시 직후인 지난해 6월 말 2.1%와 비교해 7배 이상 높아졌다. 20대 연체율이 21.1%로 가장 높다. 전체 평균 16.8%보다 4.5% 포인트 높고 50대 연체율 12.5%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최대 1200만원을 내주는 서민금융 상품 ‘햇살론 유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상품을 이용한 청년층이 원리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 변제액은 1분기 말 기준 1280억원을 기록, 누적 변제율(9.6%)이 10%에 근접했다. 지난해 대위 변제액은 5050억원으로 전년(2570억원)의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신용점수가 비교적 높아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중에서도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중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총액은 1분기 말 기준 1조3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9870억원보다 3690억원(37.4%) 증가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코로나19 확산기 누적됐던 부채가 고금리 시기를 맞아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취약층을 직격한 것”이라면서 “20대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고용연계 작업이, 자영업자에게는 사업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