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가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밀어붙인 수소 생태계 구축 전략이 결실을 봤다는 평가다.
SK E&S는 인천 서구 원창동에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해 본격적인 액화수소 생산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2021년 7월 착공 후 2년 10개월 만의 준공이다. 액화수소플랜트는 근처에 있는 SK인천석유화학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 상태의 부생수소를 받아와 고순도 수소로 정제한 뒤 냉각해 액화수소를 생산한다. 30t급 액화설비 3기, 20t급 저장설비 6기 등의 설비를 갖췄다. 연간 3만t가량 액화수소를 만들 수 있다. 수소 버스 약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액화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수소를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액체 형태로 만든 수소를 말한다. 기존 기체수소보다 부피가 800분의 1에 불과하며, 1회 운송량은 10배 많은 3t이다. 저압 상태로 운송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빠른 충전 속도도 강점이다. 기체수소는 시간당 60㎏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데 액화수소는 배인 120㎏을 충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액화수소는 버스·트럭 등 상용차의 수소차 전환을 이끌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이번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은 최 회장이 밀어온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이 가시화한 첫 성과다. 최 회장은 2020년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이 SK E&S 수소 부문으로 흡수된 뒤에도 수소 생태계에 큰 관심을 쏟았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국무총리 주재의 수소경제위원회에서 “SK가 한국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액화수소플랜트는 수소 생태계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수소 버스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1월 경남 창원에 연 1700t 규모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했고, 효성그룹 산하 효성하이드로젠이 1만3000t 규모 플랜트를 올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이들 플랜트가 모두 가동되면 연 4만4700t의 액화수소가 공급된다.
SK E&S는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도 하고 있다. 충전소는 올 상반기 부산, 충북 청주, 경기 이천 등 20곳에서 먼저 문을 연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액화수소플랜트는 수소 시대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첫 출발점”이라며 “플랜트 가동과 충전 기반 구축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수소 산업을 키우는 데 팔을 걷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연간 3800t가량의 기체수소를 만들고 있다. HD현대는 2022년 12월 국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수소 혼합연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내년까지 수소만으로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수소엔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