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호텔방서 잠옷 차림으로 날 맞았다”

입력 2024-05-09 01:20
사진=AP연합뉴스

“레이크 타호 호텔의 펜트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새틴 잠옷 차림으로 나를 맞이했다.”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45·사진)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성관계 과정과 이후 입막음을 위해 돈을 받은 경위를 증언했다. 대니얼스의 증언이 워낙 세밀하고 노골적이어서 트럼프 측은 심리 무효(Mistrial) 선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대니얼스는 2006년 타호 호수 인근에서 열린 골프 대회 후 트럼프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고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대니얼스는 물 두 병을 마신 뒤 화장실을 다녀왔을 때 트럼프가 티셔츠와 팬티 차림으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술에 취하거나 약을 먹지 않았지만 정신을 잃은 듯했다며 “나는 이를 멈추지 않았고,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대니얼스가 주장한 성관계 시점은 트럼프가 멜라니아와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대니얼스는 당시 트럼프가 부인과 잠을 따로 잔다며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개의치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그날 밤 트럼프가 자신에게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할 것도 제의했다고 언급했다.

대니얼스는 2016년 10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으로부터 침묵하면 돈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합의 이후 돈 지급이 지연되자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돈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걱정됐다”는 말도 했다.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해온 트럼프는 대니얼스가 증언하는 내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고, 일부 증언에 대해선 고개를 내젓거나 욕설을 내뱉어 판사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측은 이날 오후 반대 심문에서 대니얼스를 탐욕에 사로잡힌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트럼프 측이 “거래를 통해 갈취하려 했다”고 비난하자 대니얼스는 “거짓말”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