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난 뒤의 혼란과 황폐함이 미처 다 회복되지 못했던 시대,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이들의 제각기 다른 욕망이 치열하게 얽히고설킨다. 대한민국을 ‘모든 국민이 배불리 먹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던 청년 김산(변요한)과, 같은 꿈을 꾸는 김산의 원대한 목표를 이뤄주고 싶은 박두칠(송강호).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두 사람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 도전으로 큰 관심을 모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이 오는 15일 베일을 벗는다.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8일 열린 ‘삼식이 삼촌’의 제작발표회(사진)에서 송강호는 “영화 데뷔한 지는 28년째가 됐고,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지는 35년이 됐는데, 35년 만에 드라마로 인사드린다”며 “좀 낯설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한편으론 설레기도 한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작품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선 “(소통의 방식이) 다채롭고 다양한 시대가 됐으니, 다양한 시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삼식이 삼촌’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는 원형이 된 1960년대를 다룬다. 각본과 연출은 영화 ‘동주’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맡았다. 신 감독은 “내가 사는 사회는 어떤 곳인지, 이걸 구성하는 사람들의 원형은 어디인지 탐구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1960년대더라”고 60년대를 배경으로 삼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 시대의 이야기를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는 굶기지 않아서 ‘삼식이 삼촌’이라 불렸던 박두칠을 중심으로 풀어가게 된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밥 먹었냐’는 질문이 인사말인 유일한 나라 같다”며 “주변에 있는 엘리트들이 거대 담론을 얘기할 때 삼식이 삼촌은 먹는 거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한다. 그런 사람이 사실 가장 진솔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를 다루는 시대극이자 정치인, 사업가, 군인 등 각자의 욕망을 품은 인물들이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누아르로 비치지만, 신 감독은 ‘삼식이 삼촌’의 장르를 로맨스라 표현했다.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대신 해결해줬던 삼식에게 김산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로망의 인물이다. 두 사람 사이에 믿음이 생기기까지, 서로를 의심하고 실망하고 배신을 고민하는 모든 과정이 로맨스처럼 비친다. 신 감독은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는데 또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이 입을 모아 ‘삼식이 삼촌’의 탄탄한 대본을 참여의 이유로 꼽은 만큼 ‘삼식이 삼촌’에 대한 기대도 높다. 송강호는 “올림픽 경기에 새로 추가되는 종목들을 보면 신선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지 않나. ‘삼식이 삼촌’은 OTT 드라마들 사이에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추가 종목’ 같은 드라마로 마음 속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식이 삼촌’은 총 16부작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