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교 상담학계, 전문적 상담 제공할 수 있는지 우려”… 심리학회 500억 정부 사업 앞두고 종교계 폄훼 논란

입력 2024-05-09 03:02
조영진(오른쪽 세 번째)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장과 종교계 상담학회가 지난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일보DB

국내 심리학계 핵심 단체가 ‘종교 상담단체는 유사 단체’라는 식의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백억원 규모의 정부지원사업을 앞두고 종교를 기반으로 한 상담학계의 참여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 상담학계는 “종교계에 대한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공식사과 요청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논란의 불씨는 지난달 한국심리학회(회장 최진영)가 임원진 명의로 낸 ‘한국심리학회의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 사업(마음건강사업) 진행 상황’이란 제목의 공지 문건에서 비롯됐다. 마음건강사업은 오는 7월 국민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심리상담 체계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으로 약 500억원 규모의 정부지원 용역사업이다.

한국심리학회는 공지문에서 “국민에게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상담학계에는 종교와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국민에게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종교계를 기반으로 한 상담학계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종교 단체들이 비윤리적인 정치적 연대로 한국심리학회의 명성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외부 세력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기독교 등 종교상담 단체를 비윤리적인 정치적 집단으로 표현하는 등 심리학을 표방한 유사 단체로 깎아내린 것이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한기상·회장 조영진) 등 기독교 상담학계는 반박하고 나섰다.

한기상은 성명을 내고 “종교는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 삶의 고통을 함께하며 상처 입은 마음을 돌봐왔고 시대 흐름과 요구에 따라 고도로 전문화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 학계에도) 근거기반 상담 이론과 기법 등 정통 심리학을 토대로 한 교육과 수련을 강조해온 그룹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기상은 62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고 매년 200여명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 아울러 교계에는 한국목회상담협회(회장 정푸름)와 한국기독교상담학회 등 수십개의 심리상담 유관단체가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기상의 경우 전문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소정의 상담 관련 학점 이수와 1000~3000시간의 수련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기상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 상담을 비롯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위탁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마음건강 모니터링 사업’ 등 다양한 공공사업에 참여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기상 출신의 전문상담사들이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마약과 알코올 등 각종 중독상담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조영진 한기상 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기상은 향후 보건복지부와 심리학회의 대응을 보며 불교계와 가톨릭계 등 종교 상담단체들과 협력해 합법시위 등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