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인원 공존을 묻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입력 2024-05-09 04:20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인간이 주도권을 빼앗긴 세상을 높은 지능을 가진 유인원들이 지배하고 있다. 유인원을 이끌던 시저가 죽고 수 세대가 흐른 시점, 평화롭게 살던 유인원 노아(오웬 티그)의 부족은 스스로를 ‘시저의 뒤를 잇는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프록시무스(케빈 두런드) 군단의 공격을 받는다.

간신히 살아남은 노아는 포로로 끌려간 부족의 일원들을 찾아가던 중 또 다른 유인원 라카(피터 마콘)와 인간 소녀 노바(프레이아 앨런)를 만난다. 라카로부터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했던 과거 이야기와 시저의 진짜 가르침을 듣고, 노아는 적대시하던 노바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프록시무스의 땅에 도착한 노아는 헤어졌던 어머니와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과거 인간들이 남긴 지식 유산을 손에 넣어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려는 프록시무스의 계획을 알게 된다. 함께 프록시무스를 저지하려던 순간 노아와 노바는 서로 다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노아의 부족은 새로운 위기에 처한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인간과 유인원이 연대해 공통의 적을 물리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이야기가 끝을 맺으리란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하려 하는 인간의 지배욕 때문이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지식은 권력’이라는 명제를 바라본다. 프록시무스는 인간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게 된 지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다. 인간인 노바는 지식을 독점하고 지배자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결국 노아와 같은 편에 서지 않는다. 노아와 친구들이 과거 지배자였던 인간들의 그림책 속에서 우리에 갇힌 원숭이를 보고 충격에 휩싸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작품을 연출한 웨스 볼 감독은 7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진실과 권력, 역사, 충심 등에 관해 요즘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녹이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영화의 유산을 이어받으려 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