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주재관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 대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외교부는 감사 결과 정 대사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징계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7일 외교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는 정 대사에게 조태열 장관 명의로 ‘직원들의 인화를 유지하기 위한 구두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는 징계에 속하는 경고·주의·훈계와 달리 주의를 환기하는 수준으로, 외교부가 정 대사에 대해 제기된 갑질 신고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주중 대사관에 근무하는 주재관 A씨는 지난 3월 외교부에 정 대사를 폭언 등 갑질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외교부는 국내에서 사전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달 15일부터 열흘간 베이징에 감사팀을 보내 실지 감사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 3일 감사를 종결했다.
A씨는 정 대사의 갑질을 총 6건 신고했다. 외교부는 이 중 1건에 대해서만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 외에는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증거가 없어 불문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적절한 발언은 2022년 8월 정 대사 부임 초기 주재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에서 나왔다. A씨는 “정 대사가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 치면 된다’고 말했다”며 이를 갑질로 신고했다. 외교부는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다른 주재관들을 조사한 결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대사는 감사 과정에서 “전임 주중 대사들의 말을 빌려 주재관들을 잘 관리하고 관계가 좋았으면 한다는 정도의 말은 했다. 험악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주중 대사관이 국경일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부스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신고했는데, 외교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같은 사안을 신고했고, 권익위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사는 윤석열정부의 첫 주중 대사로 윤석열 대통령과는 충암고 동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