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증원 회의록 작성·보관… 법원 제출할 것”

입력 2024-05-08 01:30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전공의들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 등 5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하기 전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과천=권현구 기자

의과대학 증원을 놓고 대립 중인 의·정이 법원 결정을 앞두고 ‘회의록’ 존재 여부를 두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법정 논의기구 회의록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고, 회의록이 없는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구체적 증원 규모 논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이 증원 근거 자료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며 법원에 제출할 뜻을 밝혔다. 이어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에서 규정한 협의체가 아니며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이 제기한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에 의대 증원 결정의 근거가 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의대 교육 현장이 증원 조건을 갖췄는지 조사한 자료와 정책 추진 당시 관련 회의록 등을 오는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교육부 의대배정심의위원회 논의 자료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는 법원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 성실하게 응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회의록 존재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의대배정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등 일체의 내용을 비공개로 해왔다.

법원 요구로 촉발된 쟁점의 핵심은 회의록 유무가 아니라 의대 증원 규모에 관한 근거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회의록 자체를 연일 문제 삼고 있다. 의료계는 이날 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등 5명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얼마나 숨기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있었던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2000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협과의 회의록은 상호 동의하에 작성하지 않았으며, 회의록이 없다는 것이 증원 근거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차관은 “협의체는 의협과 문안까지 협의해서 보도·참고자료를 공개했다. 회의록보다 더 투명하게 운영된 결과”라며 “정부는 이러한 논의 과정을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또 “정부가 여러 의견을 듣고 2000명을 결정하는 것이지, 의협과 사전에 상의하고 동의받아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28차례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은 단 한 차례도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고, 이후 지난 1월 복지부가 공문으로도 규모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