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조건 충족시 총수 동일인 면제… 쿠팡 김범석 제외될 듯

입력 2024-05-08 00:15

대기업 총수가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예외조건’을 명문화한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됐다.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더라도 대기업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판단 기준도 명확해졌다. 다만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됐던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7일 밝혔다. 동일인은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범위를 결정할 때 활용하는 개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동일인 정의를 따로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주로 기업집단을 실질 지배하는 총수가 동일인으로 지정돼 왔다.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개인을 총수로 보는 일반 원칙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판단 기준은 국적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가 있더라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조건이 신설됐다. 예외조건은 우선 동일인을 법인으로 봐도 기업집단 범위가 같아야 하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개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아야 한다. 또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친족과 국내 계열사 등의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어야 한다. 이 네 가지 조건을 전부 만족해야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은 예외조건을 모두 충족해 올해도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쿠팡의 최상단회사 쿠팡Inc 지분을 갖고 있지만 국내 계열사 지분은 없다. 친족과 관련한 조건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여전히 김 의장은 동일인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뒤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동일인 지정 기준은 곧 있을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