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인기 사그라들자… ELB 관심 받는 까닭

입력 2024-05-08 03:10
게티이미지뱅크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ELS의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ELB가 원금 보장 등 ‘안정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ELB는 5조4663억원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액(3조7273억원)에 비해 4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ELS 발행액은 10조4285억원에서 5조349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ELB는 ELS처럼 특정 지수나 종목의 주가에 연계돼 수익률이 정해지는 채권형 상품이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ELS와 유사하지만, 들어온 자금의 약 90%를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파생상품이나 개별 종목에 넣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도 원금이 거의 보장된다.

증권사들도 수익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ELB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B 상품(만기 1년, 세전 5% 수익 지급)을 완판한 데 이어 똑같은 조건의 ELB를 또 판매 중이다. 교보증권도 네이버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B 상품을, 신한자산운용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ELB 상품을 각각 판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ELB도 특정 상황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LB를 원금 지급형으로 내거는 이유는 기초자산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것이지 ‘원리금을 지급한다’는 약속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예금자 보호 대상도 아니다.

가령 국·공채를 발행한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ELB를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 또 만기 전 중도 상환을 신청하면 잔여 만기 등에 따라 산정된 상환 비용이 차감되는데 시점에 따라 상환액이 원금 이하가 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률과 상품 구조가 비슷하다면 신용위험이 더 적은 대형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H지수가 약 9개월 만에 6500선을 돌파하면서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H지수 ELS 상품의 손실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홍콩 H지수는 전일 대비 45.78 하락한 6526.67로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 1월 기록한 최저점(4943.24)보다 30% 이상 오른 상태다.

H지수가 오른 것은 중국이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신(新) 국9조’를 지난달 발표하면서 중국 내 우량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홍콩 H지수 ELS 규모는 9조9000억원이다. 3월 기준 투자손실률은 50%가 넘지만 H지수가 6500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손실률은 40~45%까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