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7)씨는 며칠 전 냉감 소재로 만든 잠옷을 구입했다. 최근 밤 기온이 부쩍 높아져 잠자리가 덥게 느껴졌지만 에어컨을 틀기에는 냉방비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에 냉감 이불과 냉감 속옷을 샀는데 기대보다 냉감 기능이 좋아 만족스러웠다”며 “이제는 냉감 소재가 아니면 더 덥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의류업계에 ‘냉감 전쟁’이 시작됐다. 과거에는 땀이 많이 나는 야외활동을 할 때 입는 아웃도어 의류 위주였지만 최근은 청바지를 포함한 평상복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커진 냉방비 부담에 냉감 의류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냉감 소재로 만든 ‘아이스테크쉘’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즉각적인 쿨링감을 주면서 열기와 습기가 빠르게 환기되는 소재를 사용했다. 운동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폴로 티셔츠, 긴팔 집업 티셔츠, 반팔 티셔츠 등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냉감 소재는 피부에 닿으면 차갑게 느껴지도록 개발한 원단이다. 열 전도율이 높은 소재에 피부가 접촉하면 피부의 온도가 빠르게 섬유로 옮겨가서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합성섬유 중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이 열전도율이 높은 편이다. 냉감 원단은 이런 합성섬유에 면 등을 섞어 만든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이름으로 자랑하는 냉감 기술은 대부분 이런 원리다. F&F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냉감 소재로 만든 ‘프레시벤트’ 컬렉션 출시했다.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 피부를 보호하면서 시원하게 입을 수 있도록 긴 팔 아노락 제품도 내놨다.
무신사의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에도 냉감 의류는 톡톡한 효자 상품이다. 무신사는 2020년 ‘쿨탠다드’라는 이름으로 냉감 의류 라인을 선보였는데 찾는 이들이 꾸준히 많다. 냉감 기능에 통기성이 높은 소재를 활용해 티셔츠, 속옷부터 슬랙스, 청바지 등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가짓수만 총 400여개에 달한다.
이불 브랜드 이브자리는 올해 냉감 소재로 만든 침구의 종류를 대폭 확대했다. 기존에 있던 제품들이 인기를 얻자 사이즈를 세분화해 내놓은 것이다. 자연 냉감 섬유인 모달을 주원료로 만든 이불 ‘니케’ ‘디오르’ 등엔 천연 자일리톨을 활용한 ‘아토쿨’ 특수 가공 처리를 더했다. 이외에도 냉감 카페트, 냉감 소파 패드 등을 선보였다.
의류뿐 아니라 인형, 소품 등도 냉감 기능을 달고 나온다. 지난해 6월 다이소는 냉감 원단으로 만든 캐릭터 인형, 쿠션 등을 판매했는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양손을 넣고 낮잠 베개로 활용할 수 있는 냉감 쿠션 인형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위가 더 빨리 온 것을 반영해 보다 일찍 냉감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