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조선사의 월간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량 발주가 지난 1분기에 마무리된 영향이 컸다. 앞으로 수주량이나 점유율에서 중국에 뒤처진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7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세계 누적 선박 수주는 1641만CGT(표준선 환산톤수·540척)로 전년 동기 1519만CGT(656척)보다 약 8%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이 524만CGT(110척·32%)를 수주해 929만CGT(335척·57%)를 수주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5년을 봐도 나쁘지 않은 수주 실적이다.
그러나 월별로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달 한국은 67만CGT(13척)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점유율 14%다. 중국은 358만CGT(91척)를 수주해 76%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최근 들어 월간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1월 32% 점유율을 보인 데 이어 2월 중국과 같은 46% 점유율을 기록했다. 3월 38%로 다시 2위로 내려앉은 뒤 지난달 10%대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이 싹쓸이했던 카타르발(發) LNG선 수주가 끝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HD한국조선해양이 17척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지난 2월과 3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카타르와 LNG선 15척, 12척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당분간은 이런 대규모 수주가 없을 전망인 가운데 중국과의 점유율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분기 국내 신규 선박 수주는 양호했으나 이러한 상황이 올해 내내 유지되긴 어렵다”면서 “중국을 점유율에서 능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중국과의 순위 다툼보다는 경쟁력 우위와 시장에서의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인 것은 한국 조선사들이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놓았다는 점이다. 높은 수주잔고는 K조선사들이 수주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카타르 같은 대형 수주는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라며 “LNG선, 암모니아운반선(VLAC) 같은 친환경 선박 위주로 수주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